후배들과 함께 쓴 빙판의 새 역사

팀 내 맏형인 이승훈은 팀에서 가장 늦은 주자 기록으로 승부를 가르는 팀 추월 경기 막판 후배 정재원(왼쪽), 박상언(가운데) 뒤에서 달리며 후배들을 밀어주는 역할을 했다. /뉴시스

“그냥 스케이트 타는 걸 좋아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이런 결과까지 가져오게 돼 영광입니다. 정말 행복합니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이승훈(37·알펜시아)은 가감 없는 전설이다. 동계 올림픽에서 지금까지 메달 6개(금 2·은 3·동 1)를 따내 역대 최다 메달 보유자였다. 하계 올림픽까지 포함해도 사격 진종오(금 4·은 2), 양궁 김수녕(금 4·은 1·동 1)과 함께 공동 1위. 토토사이트


아시안게임에선 이전 대회까지 8개(금 7·은 1). 쇼트트랙 김동성(금 3·은 3·동 2)과 공동 1위였다. 37세에 또다시 나선 아시안게임. 나이로 봤을 때 마지막 아시안게임일 가능성이 높다. 자신도 마지막일 수 있다는 걸 어느 정도 알고 있다.


그는 11일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스피드스케이팅 오벌에서 열린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팀 추월에서 까마득한 후배 정재원(24·의정부시청), 박상언(23·한국체대)과 팀을 이뤄 나섰다. 3분47초99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중국(3분45초94)에 이은 은메달. 팀 추월은 3명씩으로 이뤄진 두 팀이 링크(한 바퀴 400m) 양쪽 중앙에서 출발해 8바퀴를 돌아 가장 느린 선수 기록으로 승패를 겨룬다.


한국은 이날 3조에서 일본과 경합했다. 선두에 정재원이 섰고, 박상언과 이승훈이 차례대로 얼음을 지쳤다. 800m 구간에서 일본에 잠시 뒤처지긴 했지만, 곧바로 일본을 앞질러 중국에 이어 은메달을 가져갔다. 대회 개막을 앞두고 “은퇴하고도 남을 나이지만, 팀추월에선 후배들을 힘껏 밀어주겠다”고 했던 3번 주자 이승훈은 마지막 바퀴를 돌 때 맨 뒤에서 두 후배를 열심히 밀어주면서 약속을 지켰다. 그는 “어릴 때 스케이트를 타며 좋았던 기억을 잊지 않고 있는 것이 지금도 힘을 내는 원동력”이라며 웃었다.


이 은메달은 그에겐 한국 선수 동계 아시안게임 최다 메달 기록(9개)을 새로 쓴 역사적 순간이었다. 2011년 아스타나-알마티 대회 금메달 3개와 은메달 1개, 2017년 삿포로 대회 4관왕에 이은 업적이다. 하계 아시안게임까지 포함하면 최다 메달 기록은 사격 박병택(19개, 금 5·은 8·동 6)이 갖고 있다. 1만m와 매스스타트가 주종목인 이승훈은 개최국 중국이 자국이 약하다는 이유로 이 두 종목을 제외하면서 메달 기회가 줄었지만, 팀 추월에서 후배들과 멋지게 대미를 장식했다. 토토사이트


이승훈은 한국 장거리 스피드스케이팅 자존심이다. 쇼트트랙 선수였던 그는 2009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하자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했다. 이듬해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1만m 금메달, 5000m 은메달을 따며 주위를 놀라게 했다. 네덜란드 등 서양 선수들 전유물로 여겨졌던 장거리 종목에서 파란을 일으킨 것. 아시아 선수 최초로 장거리 종목에서 우승한 이승훈을 은메달과 동메달을 각각 딴 이반 스코브레프(러시아)와 보프 더용(네덜란드)이 가마 태워 축하했던 모습은 밴쿠버 명장면으로 남아있다. 2014년 소치 올림픽에서도 팀 추월 은메달로 건재를 보여준 그는 2018년 평창 올림픽에선 4종목 3만7000m를 달리는 강행군 속에서 팀 추월 은메달에 이어 처음 도입한 매스스타트 정상에 섰다.


이후 매스스타트 때 후배 정재원을 페이스 메이커로 활용한 덕분에 우승했다는 비판 여론에 이어 과거 후배를 훈계하는 과정에서 폭행한 사실이 드러나며 1년 출전 정지 징계까지 받았다. 그대로 빙상 인생을 마감하는 듯했던 그는 2020년 8월 복귀 후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했다. 2022년 베이징 올림픽 매스스타트에선 동메달을 따며 정재원(은메달)과 함께 시상대에 올랐다.


이미 전성기가 지났다는 평가가 많지만, 그는 올 시즌 매스스타트 세계 13위를 달리며 빙판 위에서 버티고 있다. 아시아 선수로는 1위다. 그는 이제 다섯 번째 올림픽이 될 내년 밀라노-코르티나 대회를 바라본다. 그는 “지금으로선 밀라노는 갈 수 있을 것 같다”며 “어린 선수 중엔 한 시즌 전체 훈련 과정을 나처럼 소화하는 선수가 아직 없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4년 뒤 동계 아시안게임 출전 가능성에 대해선 “그땐 (여전히 내가 대표가 되는) 상황이 되면 안 될 것 같다”면서 ‘일단’ 이번 대회를 마지막 아시안게임이라고 해두자며 희미한 여운을 남겼다. 토토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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